산 정상 부근의 바위 위에 가뭄에도 마르지않고 물이 차있는 샘이 있는데 물빛이 금색이라고해서 금정산이라는 산이름의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대학교 다닐 때에 범어사에 갔던 적이 있다. 그 당시 절친이었던 동기랑 기차여행중에 새벽에 부산역에 내렸는데, 그 시간에 달리 갈만한 곳도 없고 마침 범어사가 지하철로도 갈수가 있어서 시간도 보낼겸 다녀오긴했는데 워낙 오래전이라 갔던 것만 기억에 있을 뿐 특별히 생각나는 건 없다.
홍룡사를 지나서 대석마을에서 금정산 범어사를 가려고 113번 버스를 탈 때까지는 범어사 가는 길이 그렇게 힘들거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했다. 또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힘들게 가면서 시간이 많이 늦어진게 오히려 행운이 되버린 반전도 있었고~~ 하여간 파란만장했던 이날의 금정산 산행이 시작되었다.
다음의 길찾기를 검색해보니 범어사를 가려면 버스를 두번 갈아타야한다. 첫번째 환승은 대석마을에서 113번 버스를 타고 한 정거장을 가면 내전마을인데, 거기에 내려서 대성마을 정거장을 찾아가서 11번이나 12번으로 갈아타야한다. 그래서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다음 정거장인 내전마을에 내려서 대성마을을 찾으려는데 주변에 인가가 거의 없고 대부분 공장이랑 창고만 있어서 그런지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내가 출발한 곳이 대석마을이고, 내가 찾아야 하는 곳이 대성마을이라 하필 발음도 비슷한데 우선 길따라 걸으면서 그나마 간간히 보이는 사람들한테 대성마을이 어디 있는지 물었더니 다들 대석마을은 아는데 거기는 모른다는거다. 한참을 하염없이 걷다가 마침 마트가 보이길래 음료수를 하나 사면서 마트 주인에게 물었더니 역시나 모른다. 이제 대성마을은 포기하고 그러면 부산가는 버스타려면 어디로 가야하냐고 물었더니 방향을 가르켜주며 큰 도로에 가면 정류장이 있다고해서 알려준대로 갔더니 나온 곳이 바로 위 사진의 소토마을 정류장이다.
내가 타야하는 11번,12번 버스가 다니는 정류장이라 다행이긴 했는데, 위에 그려진 버스노선도를 보니, 원래 버스를 타려고했던 대성마을에서 3정거장이나 지난 곳이었다. 결국 버스 3정거장 거리를 걸어왔다는ㅜㅜ 그런데 시련은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두번째 환승은 팔송삼거리에서 내려, 노포삼거리 정류장을 찾아가서 90번으로 갈아타야한다. 이번에는 정류장은 쉽게 찾았고, 버스도 곧 도착을 해서 올라타서 가는데 정거장을 몇개 지나면서 뭔가 이상했다. 목적지인 범어사 입구까지는 5정거장만 가면 되는데 아무리 봐도 산으로 가는게 아니라 시내로 들어가는데다, 안내방송으로 흘러나온 정거장 이름도 내가 검색하면서 본 정거장 이름들이 아니었다. 버스 내부에 붙어있는 노선도를 한참 들여다봐도 범어사가 없다. 그제야 버스번호를 보니 90번이 아니라 50번이었다ㅜㅜ 바로 내렸는데 지하철 범어사역에서 두정거장 지나온 두실역이다. 다시 버스정류장을 찾아갈 기운도 없고, 지하철로 범어사역으로 되돌아 가서 90번 버스로 갈아타고 범어사 입구에 천신만고끝에 도착해서 산행을 시작했다.
오는 길이 너무 힘들어서 범어사에서는 사진 찍을 생각도 바로 통과~~ 위 사진은 북문이다.
북문 지나서 바로 나오는 약수터~~
약수터에서 물병을 채우고 다시 열심히 정상을 향해가는데 금정산에서도 우연한 만남이 생긴다.
반대쪽에서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대여섯명의 산행객들이 계속 나를 쳐다보면서 오는거다. 왜 그리 쳐다보나 했더니, 나랑 지나치면서 혹시 좋은사람들 산악회에서 온거 아니냐고 묻는다. 내가 산악회를 이용해서 산에 갈때 주로 따라간 산악회가 좋은사람들 산악회였다. 그래서 산악회 이름표를 배낭 뒤에 매달고 다녔는데, 그 양반들도 긴가민가 하다가 지나치면서 배낭에 붙어있는 산악회 이름표를 보고서야 확신이 섰던 것.
공교롭게도 그날 좋은사람들 산악회의 산행지가 금정산이였던 모양이었다. 이번 산행은 산악회 따라온게 아니라 개인적으로 온거라고 얘기를 하고 몇 마디 나누다 일단 헤어졌는데, 사실 나로서는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일이라, 그 중 한명이 예전에 막걸리 몇번 마신 적이 있던 분이었는데 긴가민가하다가 다시 산을 오르는 중에 스마트폰으로 산악회 카페에서 당일 금정산 예약자 명단을 보고 그 분이 맞구나 했지만 이미 지나쳐서 제 갈길을 가던 상황이라~~
우연히 산악회 사람들을 만나고 다시 올라가는 중인데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또 있었다. 위 사진의 여자분들인데, 좋은사람들 산악회 따라온거 아니냐면서 왜 이쪽으로 올라오냐고 묻는다.
나같은 경우 산악회를 많이 따라다녔어도 다른 사람들한테는 거의 신경을 안쓰다보니 하산해서 막걸리 한잔 했었던 몇몇 분을 제외하면 거의 모르는데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물론 작년부터 시작해서 좋은사람들 산악회를 이용한게 50번도 넘어갈테니 그럴만도 하지만, 나도 같이 가는 사람들한테 조금 관심을 가져야 할 듯^^
이런 저런 일을 겪으며 금정산 정상에 도착~~ 정상석이 윗쪽 바위위에 올려져 있었는데 얼마전에 낙뢰를 맞아 떨어져서 지금 저 모양이다. 정상석이 뭔 죄가 있다고~~
산 정상에서 새끼 낳고 사는 고양이들~~ 요즘 산 정상에 사는 고양이들이 많다. 예전에 마니산에서도 봤고 며칠전에 오른 운길산에도 있고, 등산객들이 던져주는 먹을 거리가 풍족해서인지 도망도 안가고~~
정상에서 주변 조망을 둘러보다 하산 시작~~
하산길에 뒤돌아 본 정상~~
범어사에 도착해서 노포동 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으로 가는데 버스 주차장에 좋은사람들 산악회 버스가 보였다. 마침 그 버스로 향하는 사람이 있어서 자세히 보니 아까 전에 산에서 우연히 만났던, 예전에 막걸리 몇잔 했던 분인데 긴가민가하다 그냥 헤어졌던 그 양반이었다.
정말 그날 산에서 만난것도 너무 신기했지만 내려와서 다시 만난것도 신기한 일이었다. 만났을 때 나는 정상을 향해 올라가던 길이었고 그 양반들은 내가 올라온 길로 하산하던 길이었는데 나는 정상을 거쳐서 다른 코스로 내려왔기때문에 그렇게 다시 마주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하여간 다시 반갑게 인사하고 산에서 만났을 때는 너무 갑작스러워서 못알아봤다. 막걸리나 한잔 하자. 등등의 얘기가 이어지다가 산에서 만났던 분들이랑 총 7명이서 실제로 막걸리 한잔을 하게되었는데, 마침 그날 버스가 만석이 아니어서 빈 좌석이 몇개 있으니 산악회 버스로 같이 가자고한다. 처음에는 아무래도 무임승차하는게 조금 부담이라 사양했지만, 같이 막걸리 마시던 분들이 산행대장한테 양해를 구해줘서 그냥 산악회 버스를 이용해서 귀경하기로 했다~~
범어사 오면서 버스를 환승할 때마다 도로에서 헤매느라 산행시간이 늦어진게 이런 기막힌 우연을 만들었으니 어찌 되었든 해피엔딩이었나~~ 하여간 이번 1박 2일간의 여행은 전날도 그렇고 이날도 그렇고 이런 저런 우연도 겹치고 인연도 겹치면서 좋은 추억으로 남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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