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산악회를 이용해서 산행을 하면 비용도 절약되고 산행지 들머리,날머리까지의 이동도 편하고 여러모로 좋은 점이 많지만, 딱 하나 불만이었던게 산행시간을 너무 길게 준다는거였다. 이날도 원래 계획에는 희양산은 없었다. 좋은사람들 산악회 카페에 칠보산 산행 공지가 있어서 산행코스를 살펴보니 하산코스가 바로 희양산의 들머리인 은티마을이다. 그렇지만 공지된 산행시간은 6시간이라 거의 18km의 거리를 그 시간에 주파할 능력은 안되서 칠보산만 천천히 다녀올 예정이었다.
그런데 산행당일 산악회 버스를 타고 칠보산으로 이동중에 산행대장이 산행코스를 안내하면서 산행시간을 7시간이나 준다는거다. 솔직히 그 얘길 듣는 순간 속으로 욕이 나왔다. 6시간도 너무 길지않나 싶은데 7시간이라니~~ 그러다가 이왕 시간도 많은데 그러면 포기하고 있던 희양산까지 가보자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바로 gps어플이랑 인터넷으로 희양산까지의 코스등을 검색해서 달려보기로했다.^^
칠보산 들머리인 떡바위에 도착한 시간이 9:20분경이고, 하산지점인 은티마을에서 상경하는 시간은 오후 4:30분이라 산행시간으로 약 7시간 10분정도가 주어졌지만 희양산까지 다녀오려면 결코 긴 시간이 아니라서 도착하자마자 바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1시간만에 칠보산 정상 도착. 여기까지의 페이스로는 시간은 충분할 듯 보였다.
정상에서 악휘봉 방면으로 가는 계단.
칠보산을 지나서 악휘봉쪽으로 가다보니 산행시간을 길게 준것도 어느정도 이해가 됐다. 칠보산 산행은 정상 지나서 활목고개라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빠져서 쌍곡폭포쪽으로 내려오는 경우가 보통인데, 왜냐면 악휘봉거쳐서 은티마을로 하산하는 코스자체가 상당히 길면서도, 바위슬랩등 험한 코스로 이루어져 있어서 위험하기까지 한 구간이기때문이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문제는 활목고개에서 악휘봉까지가 출입통제 즉 비탐방지역이라는거다. 출입통제 현수막이 걸려있었지만 어쩔수 없이 살짝 넘어들어갔는데 물론 등산로로 사용되던 곳이라 길은 있었지만 가다보면 상당히 길찾기가 힘든 곳이 많았다. 나는 희양산까지 가야했기에 길을 잃고 헤매버리면 시간상 쉽지않다보니 정말 알바와의 싸움을 했다. gps어플로 수시로 현위치를 확인하면서 갔어도 길을 잃고 엉뚱한 곳으로 간게 수차례였다. 아마 gps어플 없이 산행을 했으면 길을 찾는데 애를 많이 먹었을 코스였다. 위치확인을 수시로 하다보니 알바를 짧게 끊을수는 있었지만 한번씩 그러고나면 힘이 쫙 빠진다.
긴 바위슬랩구간. 이 구간보다 바로 이어지는 로프구간이 경사가 더 급하고 위험한 코스이다. 그런데 이날은 희양산에서의 로프구간이 너무 강렬해서 여기는 그냥 장난 수준이 되버렸다.^^
악휘봉 도착~~
악휘봉에서의 조망인데 바로 위 사진에 보이는 봉우리가 마분봉이다. 말똥처럼 생겼다고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말똥을 자세히 본적이 없다보니^^ 원래 산행대장이 안내한 코스는 악휘봉에서 저 마분봉을 거쳐서 은티마을로 하산하는 코스였다. 그런데 나는 희양산까지 가야하니 악휘봉에서 바로 은티마을로 내려가기로했다. 난중에 하산을 마치고 버스안에서 다른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니 마분봉 가는 코스도 상당히 난코스였다고한다. 이번엔 나하고는 인연이 되질 않았다.
악휘봉에서 희양산 가는 코스가 구왕봉을 거쳐서 백두대간길을 따라 가는 코스도 있지만 구왕봉 넘어가는게 정말 만만치 않다고해서 조금 돌아가더라도 바로 은티마을로 하산해서 구왕봉은 우회하기로했다. 희양산 가는 길의 지름티재에서 구왕봉이 보이는데 정말 엄청난 위용을 보여준다. 희양산만 등반하는 상황이면 모를까 칠보산부터 달려서 힘이 빠진 상태라 구왕봉까지 넘어왔으면 많이 힘들었을 듯~~
악휘봉 바로 아래쪽에 있던 입석~~
점점 가까워지는 마분봉~~
은티마을로 하산해서 이제는 희양산으로 향한다. 하산시간이 정확히 오후 1:00였다. 4:30분까지니 3시간 30분안에 다시 이곳으로 와야한다.
희양산 등산로 입구~~ 시간에 쫓기다보니 먹는 시간도 아낄려고 가져간 컵라면도 먹을 생각을 못하고, 이동중에 간간이 건빵으로 떼우면서 계속 달리는 중인데 희양산 입구를 조금 지나서 나오는 팔각정 쉼터에서 컵라면을 먹고있는 아저씨가 보였다.
라면이 급 땡겨서 일단 먹고보자는 생각으로 꺼내먹었는데 역시 옛 속담이 틀린 말이 없나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고, 급할수록 돌아가야한다. 먹으면서 잠깐 쉬는 동안에 체력도 어느정도 회복되고, 배도 든든하고, 라면이랑 보온병에 들어있던 물을 소비하고나니 배낭도 가벼워지고 1석 3조였다.~~
지름티재 지나서 정상 가기 전 갈림길까지의 희양산 로프구간은 정말 공포 그 자체였다~~ 사진을 못찍어온게 아쉬운데 너무 긴장해서 오르느라고 사진찍을 생각도 못했다. 물론 겨울이라 눈도 쌓여있고 코스 중간중간에 얼어있는 곳도 있어서 더 힘들었지만 이제까지 산에 다니면서 가장 위험하면서 길었던 로프구간이었다. 다행히 오르는 길이었기 망정이지 그리 내려가라고 했으면 못갔을 듯~~
로프구간을 다 올라서 정상으로 가는 능선길에서 본 구왕봉~~ 저기를 넘어왔으면 아마 시간상으로 희양산은 못 올랐을 가능성이 많았다. 아마 지름티재에서 바로 은티마을로 하산했을 듯~~
희양산 정상 도착~~ 안내산악회를 따라가서 하산지점이 바로 인근 산의 들머리이면서 마침 100대 명산에 들어 있는 산인데 이날처럼 산행시간도 충분히 주는 경우가 아마 앞으로 또 생길 가능성은 거의 없을거고, 이날도 희양산을 못가고 칠보산만 다녀오는데 이렇게 길게 산행시간을 줬으면 상당히 짜증스러운 산행이 되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100대 명산 2곳을 하루에 올라버려서 많이 보람찬 하루가 되었다^^
하산은 로프구간이 없는 성터삼거리쪽으로~~ 은티마을에서도 마분봉이 보인다. 계속 보다보니 정말 말똥처럼 생긴거 같다^^
하산 완료한 시간이 정확히 오후 4시로 시간을 30분이나 남겼다. 그런데 4시 30분에 출발예정인데 몇명이 거의 5시 다되어 도착하는 바람에 결국 오후 5시에 출발ㅜㅜ 기다리다 보니 살짝 화가 났다. 나는 희양산까지 다녀오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끼치지 않으려고 제대로 쉬지도,먹지도 못하고 달렸는데, 칠보산만 다녀오면서 제시간에 못오면 어쩌자는 건지, 그것도 7시간 10분이라는 정말 긴 시간을 준건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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