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산~명지산 연계산행 - 경기 가평(8.28)
한마디로 파란만장한 하루였다.~~
연인산이랑 명지산은 가평에 있는 산인데 바로 인근에 붙어있어서 많은 산객들이 두 곳을 연계해서 장거리산행을 하는 경우가 많다. 명지산은 지난 4월에도 다녀왔지만 그때는 산림청 100대 명산 위주로 다니던 때라 블랙야크 인증을 할 생각도 없었고, 연인산은 블랙야크에는 들어있지만 산림청 100대 명산에는 포함이 되어 있지 않은 곳이라, 그때는 굳이 연인산까지 다녀올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이런저런 이벤트 때문에 블랙야크 100대 명산이 최우선이 되면서 어차피 명지산도 블랙야크 인증은 못받은터라 두 곳을 한방에 해결하기로 했다.~~
원래 계획은 명지산으로 올라가서 연인산으로 하산하는 코스였다. 이렇게 계획을 잡은 가장 큰 이유는 하산해서 가평역까지 오는 버스시간때문이었는데, 명지산입구에서 가평역으로 오는 버스 시간이 14:40분에 있고, 다음 버스는 17:00다.(용수동 종점에서 명지산 입구까지 10분정도 걸리니까 종점 출발시간 +10분 하면 된다) 그런데 연인산에 9시쯤 도착해서 산행을 시작한다고 해도, 총거리가 18km 정도라 14:40분 버스에 맞춰서 하산하는건 불가능이고, 결국 17:00 버스를 타야하는데 그건 너무 늦다.
반면 연인산입구에서 가평역 나오는 버스는 15:23(여기는 종점출발시간 +3분)이 있고 다음 버스가 16:23분인데 조금 무리해서 15:23분 버스에 맞춰보다가, 그걸 놓쳐서 16시 23분에 나오는 버스를 타더라도 명지산입구보다는 30여분이 빠르다.
거기에, 명지산은 올 4월에도 갔었기 때문에 힘든 산이라는건 알고 있었지만, 연인산도 1,000m가 넘는 산이고, 거의 10여년전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 당시에 오를 때 약간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어디로 가나 난이도는 그리 차이가 없을거란 생각이었다.
그런데 언제나 계획대로 되지는 않는다.^^ 전날이 아들 생일이라 갈비집에서 외식을 하면서 소주를 2병 마신게 화근이었다. 새벽 3시에 깼는데 머리가 너무 아프다. 소변을 보고 다시 자려고 해도 머리가 아파서 잠이 안온다. 결국 뒤척거리다가 4시 30분쯤 일어나 빨리 준비해서 일찍 출발하기로 했다. 그러다보니 머리도 아프고, 속도 안좋고, 잠도 제대로 못자서 도저히 무리해서 산행을 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냥 연인산으로 올라서 맘편하게 명지산입구에서 17:00에 출발하는 버스로 돌아온다 생각하고 천천히 산행을 하는 걸로 계획을 변경했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바뀐건 탁월한 선택이 되었다.~~
속이 안좋은 상태로 상봉역에서 경춘선을 탔는데 신호가 슬슬 온다. 내려서 해결하고 가면 가평역에서 출발하는 연인산입구행 버스가 08:10분에 있는데 그걸 놓치게 되서 일단 가평역까지 참고 참아서 겨우 도착, 내리자마자 바로 화장실로 직행해서 배낭은 화장실 바닥에 내팽겨치고, 문도 잠그지 않은채로 바로 바지 내리고 해결~~ 정말 일촉즉발의 순간이었다.^^
이렇게 우여곡절끝에 연인산 입구 도착. 정상까지 소망능선이랑 장수능선의 2가지 코스가 있는데, 장수능선이 1.4km정도 더 긴 코스이다. 그런데 장수능선으로 오르기로 했다. 어차피 17:00까지만 가면 되니 시간은 널널하고, 결정적으로 장수능선으로 가면 거치는 송악산이랑 장수봉도 트랭글에서 배지를 준다.~~
올해 그렇게 산을 다니면서도 뱀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연인산 오르면서 3마리나 출몰한다. 한참 오르는 중에 뱀 한 마리가 바위에 떡하니 있다. 이 놈이 도망도 안가고 버티길래 스틱으로 바위 주변을 탁탁 치니 슬금슬금 사라진다.
다시 다섯 걸음이나 갔을까? 뱀이 또 나온다. 그런데 모양이 좀 이상해서 자세히 보니 이번엔 2마리가 엉켜있다.ㅜㅜ 이 놈들도 도망을 안가서 사진까지 찍었는데, 위에 보면 왼쪽 바위틈으로 들어가고 있는 통통한 놈이 수컷인 듯하고, 오른쪽 바윗틈에 잘 보면 뱀대가리가 보이는데 암컷인 듯하다. 색깔도 암컷이 검정색에 가깝게 진하고 몸통도 좀 얇다.
한참을 버티고 있길래 스틱으로 한 대씩 패줄까하다가 연인산에 사는 연인뱀이려니 하고 바윗틈으로 들어갈때까지 기다렸다가 지나쳐갔다. 이렇게 연달아 3마리나 뱀을 만나게 되니 그 뒤로는 땅만 쳐다보고 가는데 등산로에 떨어져있는 나뭇가지만 봐도 뱀인가 싶어서 깜짝깜짝 놀란다.~~
송학산 거쳐서 장수봉 도착~~
연인산 정상 도착. 그런데 1,000m가 넘는 산치고는 너무 쉬었다. 정상까지 2시간이 채 안걸렸는데 시간도 시간이지만 코스 자체가 특별히 급경사가 없이 완만하고, 흙산이라 발도 안아프고 편하게 오를 수 있는 산이었다. 예전에 왔을 때는 이번이랑 코스가 달랐겠지만 그리 힘들다고 기억할 만한 산이 아닌데~~ 하여간 명지산으로 안오르고 이쪽으로 오른게 정말 탁월한 선택이 되었다.^^
가평역에서 버스를 같이 타고 왔던 5명 일행인 산행팀이 있었는데, 버스안에서 하는 얘길 들어보니 연인산에서 칼봉산으로 연계산행을 하는데 연인산 입구가 아니고 백둔리 종점에서 오른다고 한다. 그런데 우연히 정상에는 거의 동시에 도착했다. 그래서 서로 인증샷을 번갈아 찍어주고 나는 태극기 인증샷까지 해결했다. 그걸 보더니 그 양반들도 태극기 빌려달래서 한 명씩 돌아가면서 찍는다.^^
산행팀중의 한 명이 오는 길에 멧돼지를 봤다고 조심하라고 한다. 사실 요즘 산에 가면서 제일 무서운게 멧돼지다. 그래서 멧돼지가 미리 듣고 피하라고 휴대폰으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다니는데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여간 김밥으로 가볍게 요기를 하고 명지산을 향해 출발~~
명지산을 향해 가는데, 여름이기도 하고 연계산행을 그렇게 많이 다니지는 않은지 등산로가 수풀로 덮여있어 그걸 헤쳐나가는게 힘들었다. 특히나 뱀을 3마리나 본 이후라 발밑이 신경도 쓰이고..
명지3봉 도착~~
명지2봉은 지나쳐버렸다. 인증사진 찍는 곳도 아니고, 저번에 명지산 단독산행했을 때는 갔던 곳이라 굳이 되돌아가서 찾지않고 넘어가기로 했다.
초롱꽃.
드디어 명지산 도착.. 마침 여기서도 학생으로 보이는 3명의 일행이 사진을 찍고 있길래 인증샷을 부탁해서 해결했다. 명지산 정상은 타이머로 맞춰놓고 찍을 만한 장소가 안나오는 곳이라 마침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다.
하산길~~
지난 4월에도 명지산을 왔었기때문에 명지폭포 오면 거의 내려온거라 생각하고 별 생각없이 폭포에서 놀다가 이날 파란만장한 하루의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명지폭포에 도착한게 오후 4시 20분경인데 폭포에 내려가서 발이나 담그고 가자는 생각으로 내려갔다. 딱 10분만 있다가 올라와야지하고 내려갔는데, 발 담그고 있다가 이왕 온거 사진도 하나 찍어볼까 해서 타이머 맞춰놓고 사진까지 찍고 올라왔는데 내려갈 때는 안보이던 이정표가 올라오니 바로 코 앞에 있다. 명지산입구 버스정거장까지 무려 2.9km. 휴대폰 꺼내서 시간을 보니 4시 41분. ㅜㅜ
정말 죽어라 뛰었다.~~ 거의 5시에 맞춰서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는데 바로 왼쪽에서 그림같이 나타나는 버스~~ 마침 저녁에 약속까지 있던 상황이라 10년 감수했네 하고 버스에 올라탔다.
그런데 황당했던게 5시차 바로 전 버스는 2시40분이라 2시간 넘게 간격이 있어서 5시차를 놓치면 최소한 1시간은 발이 묶이겠다 싶어서 그렇게 열심히 뛴건데, 버스타고 시간표를 확인해보니 그 시간에는 20분 뒤에 버스가 또 있다. 괜히 뛰었어ㅜㅜ 등산객들이 많이 내려오는 시간에 집중적으로 배차를 한 모양. 어쩐지 내가 뛰어오면서 등산객들 3~4팀을 추월해서 오는데 그 양반들은 너무 여유있게 걸어가길래 다들 차를 가져왔나 했는데 그게 아니었어~~
열심히 뛰어서 간신히 버스를 타다보니 또 gps어플을 멈추는 걸 깜빡했다가 버스로 한참 이동후에 생각이 나서 저렇게 되버렸다.~~
실제 거리는 18.8km정도일 듯. 바로 전날에 광호형도 연인산~명지산 종주를 했는데 소망능선으로 연인산을 올라서 나온 거리가 17.4km이다. 난 장수능선으로 올랐으니 1.4km 거리를 더하면 될 듯~~